레인지로버의 전기차 진화, 올-일렉트릭 모델이 보여준 오프로드의 미래

랜드로버가 마침내 순수 전기 레인지로버를 공개했습니다. 오랜 시간 오프로드 성능을 강조해온 브랜드가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얼마나 진정한 오프로드 감각을 구현할 수 있을지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프로토타입은 그러한 궁금증에 대한 인상적인 해답을 제공했습니다.

 

레인지로버의 전기 오프로드 시험 주행

1. 15년 전 예고된 전기 오프로드의 가능성

 

약 15년 전, 랜드로버의 한 고위 엔지니어는 전기 구동 시스템이 오프로드 주행에 얼마나 적합한지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는 높은 토크, 섬세한 제어, 그리고 바퀴별 독립 작동이 가능한 허브 모터의 장점을 설명했습니다. 당시에는 상상에 가까웠던 이 아이디어가 이제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2. 올-일렉트릭 레인지로버, 무엇이 다른가

 

최근 랜드로버는 순수 전기 레인지로버의 생산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습니다. 굿우드 모터 서킷에서 진행된 테스트에서는 포장도로와 인위적 장애물 코스를 중심으로 저속 주행이 이뤄졌지만, 그 성능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이 차량은 무려 550마력의 출력과 850Nm의 토크를 자랑합니다. 이는 과거 예상보다 월등한 수준이며, 동시에 EV 특유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주행감을 제공합니다.

 

3.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수용하는 유연한 플랫폼

 

현 세대 레인지로버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내연기관(ICE),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그리고 순수 전기차(EV)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동일한 차체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입니다. 같은 현가장치와 유사한 무게 배분, 동일한 생산 라인을 통해 제작되며 품질과 일관성을 높였습니다.

 

ICE 모델은 가장 가볍고 지상고가 높으며, PHEV는 가장 무거운 대신 지상고는 낮습니다. EV는 그 중간에 위치하지만 수중 주행 깊이는 동일하게 900mm로 유지됩니다. 이는 정통 오프로드 성능을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4. EV만의 구조적 차별화

 

이전 내연기관 차량의 구조를 활용하기 위해, EV 모델은 특수한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기존 변속기 터널 공간에는 인버터가, 엔진과 차동기 위치에는 전기 모터가 각각 배치되어 있습니다. 배터리는 800볼트 아키텍처 기반으로, 344개의 프리즘 셀을 이중 층 구조로 구성해 차체 폭을 줄이고 효율을 극대화했습니다. 하부는 평평한 합금 보호판으로 감싸져 있어 오프로드 환경에서도 강한 내구성을 자랑합니다.

 

레인지로버 하부 세팅

 

5. 오프로드 성능, 그 이상의 감동

 

비록 이번 시승은 저속 주행과 인공 장애물에 제한되었지만, EV 레인지로버의 오프로드 감각은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극단적인 경사로를 오를 때 앞유리에는 하늘만 보이고, 급하강 시 지면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상황에서도 차는 조용하고 정확하게 움직였습니다.

 

특히 전기 파워트레인의 특성상 빠른 반응 속도와 정밀한 토크 제어가 가능해, 미끄러운 노면이나 바위 구간에서도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소리 없이 올라가는 그 경험은 탑승자에게 감탄과 동시에 약간의 긴장을 불러일으킵니다.

 

6.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완벽해 보이는 이 차량에도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바로 V8 엔진 특유의 중후한 사운드입니다. EV는 성능 수치상으로는 V8 모델과 맞먹지만, 묵직하게 퍼지는 배기음은 흉내 내기 어렵습니다. 이 소리는 단순한 감성이 아니라, 차량의 힘과 존재감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7. 향후 기대되는 변화

 

향후 양산 모델이 본격 출시되면 고속 주행, 다양한 지형에서의 테스트 결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공개된 정보만으로도 레인지로버 전기차는 단순한 친환경 차량을 넘어서, 정통 SUV의 철학을 그대로 이어가는 모델임을 충분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전기차 시대에 오프로드 SUV는 과연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는 모델, 바로 올-일렉트릭 레인지로버입니다.